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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영화

[책 리뷰]아버지의 해방일지/정지아 지음

by 소르방울 2024. 8.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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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들어가면서

읽게 된 동기는 비교적 최근 베스트셀러여서이다. 빨치산이었던 아버지의 장례식장에서 마주한 몰랐던 아버지의 모습들이 다채롭게 그려진다고 들었지만 빨치산도 관심사가 아니고 내가 몰랐던 아버지의 모습이 궁금하지도 않았다. 너무 재밌다던 친구의 말도 흘려듣다가 도서관에서 우연히 발견하여 빌리게 됐다.

2. 아버지의 해방일지

보면서 많이 울었다. 다른 사람들과는 다른 포인트였으리라. 그중에서도 화장터에서의 기다림이 제일 엉엉 울고 싶었다. 그날의 내가 기억이 난다. 검은 상주 개량한복은 너무나도 추웠다. 내 마음도 너덜너덜했다. 애가 죽었는데 유난히 긴 장례기간도 힘들고 고되었고 우는 어머니를 모시고 덜덜 떨며 화장 순서를 기다리면서도 제깟 게 살아있다고 유세라도 하듯 따뜻한 커피 한 모금이 마시고 싶던 그날이 떠올랐다. 정지아 작가는 내가 하고 싶었던 걸 했다. 그 애가 가던 3일을 나는 생생하게 박제하고 싶었는데 아직도 그러지를 못했다. 정지아 작가가 아버지의 사람들을 만날 동안 나는 단 한 번도 궁금해하지 않았던 그 애의 사람들을 만나 내가 모르는 그 애를 알게 됐다. 그게 그렇게 사무치고 후회가 되고 묻고 싶은 말이 많았는데 아무것도 물을 수 없었다. 정지아의 아버지가 유물론자인 것처럼 동생도 나도 무신론자였다. 그의 아버지가 내세가 없다 믿은 것처럼 나에게도 내세가 없어 황망했다. 진작에 읽었어야 했을 책을 이제야 만난 것처럼 소리를 죽이고 하염없이 울었다.

3. 나오면서

고작 35살이었다. 만으로 하면 33살이었다. 얼마 전 죽은 아이의 생일상을 차려주고서 생일 케이크에 마지막 생일을 축하한다고 문구를 썼다. 어머니는 장례식장의 첫날처럼 우신다. 생떼같은 아들을 생각하며 그날도 어김없이 우신다. 사람의 죽음이, 가족의 죽음이 이렇게 상상할 수 없이 괴로운 줄 꿈에도 몰랐다. 책을 덮으며 내 동생의 명복을 빌고 그녀의 아버지의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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