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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영화

[책 리뷰]열다섯에 곰이라니/추정경 지음

by 소르방울 2024. 8.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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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예스24

1. 들어가며

작년이었던가. 도서관에 새 책이 들어왔는데 표지가 너무 예뻐서, 제목이 특이하고 귀여워서 기억이 난다. 그때는 좀 바빠서 나중에 읽어봐야지 했는데 이번에 도서관에 갔을 때 눈에 띄어서 빌리게 되었다. 열다섯이라는 제목만 봐도 청소년 소설이다. 아이들(?)이 곰이 된 모양이다. 추정경이라는 작가가 낯설었는데 '벙커'와 '내 이름은 망고'를 지은 작가였다. '청소년 소설에 특화된 작가구나' 싶었다. 후작은 제목만 들어봤고 전작은 정말 재밌게 읽은 책이다. 그래서인지 문체가 자연스럽고 잘 읽힌다. 문체가 촌스럽지도 어색하지도 않기가 쉽지 않은데 매력적인 작가라고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도 이 작가의 책을 찾아보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든다.

2. 열다섯에 곰이라니

주인공이 한 사람일 줄 알았는데 챕터마다 주인공이 다르고 나오는 주인공마다 죄다 동물화(?)되었다. 첫 챕터에서는 태웅이가 곰이 되는 이야기였는데 태웅이뿐만 아니라 사춘기 아이들(특히 중학생)이 동물로 변해 난리가 난다는 이야기이다. 카뮈의 '변신'이 생각나는 모티프이다. '변신'의 주인공이 벌레가 되는 것과 달리 이 작품에서는 곰, 비둘기, 벌꿀오소리, 들개, 사자, 기린, 하이에나 등 다양하기도 하다. '변신'의 주인공은 직장에 다니는 성숙한 어른이었다면 이 작품에서는 사춘기에 들어선 전두엽이 덜 발달한 미성숙한 청소년이라는 것이다. 태웅이가 연구원에 끌려가던 날, 태웅의 엄마는 겉모습만 커다란 곰이지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어린 아들이라며 눈물을 흘린다. 이 대목에서 난 전적으로 동의했다. 중학생들이 덩치만 커서 어른인 척하지만 속은 초등학생 못지 않게 여리고 생각하는 폭이 좁기 때문이다. 부모님 품에 안겨 안전한 곳에서 지내면서 항상 나오고 싶어하는 철딱서니 어린애이다. 물론 이 틀을 깨려고 사춘기가 오는 거지만 똑같은 사춘기라도 중학생과 고등학생은 하늘과 땅 차이이다. 그런 면에서 모든 챕터에 나오는 아이들이 낯설지 않고 내가 아는 아이들의 모습 그대로여서 웃음이 나왔다. 부모님이 나를 한번에 알아보지 못해 속상해하지만 엄마가 주는 먹이를 열심히 먹는 비둘기도 그렇고 보신탕집 도살장에 끌려가서 죽을 날만 기다리는 들개가 곰팡이 핀 반지하에서 술만 마시는 알콜중독 아버지가 있는 집으로 돌아가고 싶어하는 것도 영락없이 중학생 아이들의 모습이다.
작품을 읽으면서 아이들의 성격에 따라 다르게 동물화되는 점, 동물화되어서도 또래와 소통하는 점, 그럼에도 불구하고 삶을 긍정하는 태도를 가지고 있는 점 모두 작가가 청소년기 아이들을 주의깊게 관찰하고 통찰력 있게 그린 결과라는 생각이 들었다.

3. 나오면서

이 작품에서 내 눈에 들어오는 것은 선생님들이었다. 동물화된 아이들이 저지른 범죄는 책임지지 않아도 된다는 걸 안 하이에나가 괴롭혀서 장기 입원한 교무부장 선생님이 회복 이후에도 복직하지 못하고 장기 휴직하는 이야기, 동물화된 아이들이 학교로 돌아오자 견디지 못하고 학교를 떠나는 선생님의 모습은 지금 우리 선생님들의 모습이 아닐까. 지금 우리의 학교는 어떠한 과도기를 겪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무법의 공간에서 가장 피해를 보는 건 아이들이다. 질서를 잡아줘야 할 교사에게 책임과 힐난만 전가한다면 학교는 무너진다. 아이들뿐 아니라 교사까지 꿰뚫어보는 작가의 통찰력에 감탄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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