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성용 작가를 만날 기회가 몇 번 있었는데 번번이 기회를 놓치다가 오늘에서야 만날 수 있었다. 미리 예약을 하고 갔는데 전날부터 몸이 아파서 갈까 말까 고민하다가 정말 좋아하는 책의 작가여서 아픈 몸을 이끌고 갔다. 오늘의 강연 내용은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에는 어떤 생명이 살고 있을까'이다. 챕터가 여러 개 있기 때문에 어떤 이야기를 할지 궁금했는데 생태학적 관점에서의 강연이라고 할 수 있겠다.

김해지혜의바다에서 강연을 하는 모습은 종종 봤는데 어쩌다 들렀을 때 마주친 강연이라 제대로 들은 적이 없다. 강연자의 입장에서는 책 읽는 사람, 공부하는 사람, 컴퓨터 하는 사람, 강연을 듣는 사람이 혼재되어 있어 강연하기 쉽지 않아 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용한 도서관을 강연장으로 탈바꿈하는 시도는 굉장히 좋아 보였다.

작가님은 도시에 어떻게 자연이 들어올 수 있었는지 먼저 이야기하셨다.
우리가 도시를 설명할 때 인구수를 이야기할 수도 있지만 작가님이 정의하신 도시는 '좁은 공간에 많은 사람이 모여 사는 곳'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었다.
초기의 도시는 무섭고 위험한 자연과 분리된 곳이며 자연으로부터의 방어였다. 피렌체를 예로 들면 피렌체는 도시와 자연이 분리된 곳으로 도보에 기반한 도시이다 보니 좁고 구불거리고 어두운 길이 놓여있을 뿐 가로수를 찾아보기 힘들다. 하지만 도시 가까이에 자연이 존재했기 때문에 필요시 언제든 갈 수 있는 곳이었다. 산업혁명 이후 근대적 교통수단이 등장하면서 도시의 규모는 확산되었으며 자연과 더 멀어지게 된다.

80년대의 도시는 인구 밀집으로 인한 전염병의 시대에 도래한다. 그들은 바이러스가 원인임을 알지 못한 채 더러운 기운과 냄새가 전염병의 원인이란 생각, 즉 장기설이나 채드윅의 주장인 밀집한 노동자의 불결이 질병의 온상이라고 색각 하는데 이는 잘못된 생각임에도 불구하고 큰 효과를 불러일으킨다. 상하수도 설비 도입과 불결한 시가지 정비를 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불결한 것을 가려주는 도심 속 가로수의 필요성을 느끼게 된다.
최초의 가로스 도입은 '파리 대 개조(1953년~1870년)이다. 지금의 파리는 1800년대에 만들어진 것으로 상수도망, 하수도망, 공공시설, 가로수, 공원, 직선도로, 대로와 소로 등이 갖춰지면서 근대 도시의 모습을 띄게 된다.

우리나라는 조선말, 대한제국 시기에 근대도시의 모습을 받아들이게 되는데 '한성개조사업(1895년~1903년)', '개항장 조계지 조성(1800년 후반)'이 그것이고, 일제강점기 시대에는 '경성시구개정사업(1912년)', '조선시가지계획령(1934년)'를 통해 가로수가 조성되기 시작했다.
한국 전쟁 이후와 산업화를 통해 도시로의 인구 밀집이 심화되었고 도심 속 자연의 상품성이 증가하여 아파트 단지 중심의 신도시에는 풍부한 공원 녹지와 생태하천을 갖추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가 도시에서 원하는 자연은 어떤 자연인가? 인간의 통제 안으로 들어온 자연이다. 작가님은 자신이 살고 있는 아파트 현관 앞을 사진으로 제시하면서 나무를 심기 위한 흙에 온갖 종류의 씨앗이 자리를 잡고 꽃을 피우고 풀이 자라지만 인간은 의도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가차 없이 제거해 버리는 것을 보고 인간이 자연을 통제하고 싶어 하는 욕구에 대해 이야기하셨다.

오동나무가 그 대표적인 예로 벽 틈에서도 풀포기처럼 자라다가 나무의 뿌리를 내리고 육중하게 자란다고 한다. 사람이 살지 않는 폐가에서 벽에 어떤 나무가 자란다면 십중팔구 오동나무라고 하셨다.

나무나 풀뿐만 아니라 새도 도시에서 자주 볼 수 있다. 그 이유는 저지대이고 평지인 곳이 인간뿐만이 아니라 새들도 살기 좋은 터전이기 때문이다. 인간으로 인해 서식지가 축소되는데 반해 도시의 가로수들은 꽃 피는 벚나무, 이팝나무, 산수유, 매화 등이다 보니 벌레들이 살면서 먹을 것이 풍부해지는 것이다.

새들은 인간을 두려워하지 않고 오히려 인간을 이용하기 시작한다. 온갖 가지 중에서도 플라스틱을 물어와 둥지를 만든 새는 플라스틱의 장점을 발견한 것이 틀림없다. 현수막을 물어뜯는 물까치 역시 인간들이 붙여놓은 현수막을 이용하려 든다.

사람은 자연을 지배하려고 하지만 자연은 사람과 어우러져 살아가고 있다. 인간이 아닌 자연의 입장에서 한 발짝 물러나서 바라본다면 앞으로의 도시는 인간이 아닌 존재들에게 얼마나 더 친절한 모습을 해야 할지 결정할 수 있을 것이다.

사인회가 따로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작가님께 부탁해서 사인을 받았다. 애들한테 자랑하고 싶네 ㅋㅋㅋㅋ

사전 예약자여서 무료 커피 쿠폰도 받았다. 지혜의바다 사랑해요~~~

오늘의 이야기는 <동네에서 자연을 관찰하는 9가지 방법>이라는 책과 맞닿아 있어 새로운 책에도 관심이 간다.

다른 작가와의 만남 때도 찾아와야지. 덕분에 뿌듯한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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