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책을 읽게 된 계기
원예 테라피 시간에 가지 않을 여행 계획 세우기라는 활동을 했다. 평소 가고 싶었던 스페인에 대해 썼는데 진짜 갈까? 하는 마음에 스페인 관련 책을 세네 권 빌렸다. 그 중 한 권이었는데 부모님을 모시고 여행한 에세이어서 마음이 끌렸다. 제목도 너무 정감간다. 걸어서 환장 속이라니. 딸이 책 제목을 보고 '환장'이 뭐냐고 물었는데 설명하기 곤란했다. 작가의 상황이 딱 '환장' 그 자체일 텐데 뭐라고 설명한담. 어머니를 모시고 밥집에 가면 딱 그 느낌이 든다. 이게 마음에 안 들도 저게 마음에 안 들고...그 말을 하나하나 듣다보면 다시는 내가 주도해서 밥집에 가지 말아야지 생각이 든다. 어렸을 땐 몰랐던 그네들의 취향을 맞추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지 제목에서 느껴진다.
2. 걸어서 환장 속으로
이야기의 시작은 이렇다. 언니와 필자가 아버지의 환갑과 은퇴 기념 패키지 여행 선물을 하는데 부모님 두 분 다 패키지보다는 자유여행을 하고 싶다고 하셨고 둘째 딸이 잠시 실직 중이라(아마 방송작가여서 다음 프로그램 들어가기 전에 짬이 난 것 같다.) 스페인 가이드를 하게 된 것이다. 부모님이 꿈꾸는 여행은 '꽃보다 할배'이지만 스태프를 여럿 대동한 이서진과 혼자 모든 걸 짊어진 필자의 팔자가 같을 리 없다. 자유여행은 자주 떠나봤지만 부모님과의 해외여행은 처음인지라 우여곡절이 많다. 잘하려는 마음이 너무 컸을까? 어머니가 머나먼 타지에 와서 시집살이를 한탄하는 것도 성에 차지 않고, 갑자기 없어진 아버지의 여권 찾기 대소동도 속상하기만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자가 얼마나 부모님을 위하고 사랑하는지, 그 여행을 성공시키고 싶었는지 챕터마다 가득히 느껴졌다.
3. 책을 덮으며
필자는 31살이었고 부모님은 갓 환갑을 넘기셨다. 나이가 들 만큼 들었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르지만 나는 그 때를 지나와서 그런지 필자가 부럽기만 하다. 혼자서 국내여행도 떠나본 적이 없는데 부모님을 모시고 해외여행이라니 필자의 능력과 패기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나도 부모님과 셋이서 여행을 간 적이 있다. 결혼하기 전 제주도 여행이었는데 결혼을 앞두고 있어서 그런지 참 싱숭생숭했다. 부모님과 떠난 2박3일 여행은 즐겁기만 할 줄 알았는데 부모님 두 분도 합의가 안 되는데 성격 나쁜 딸내미까지 합세해서 좌충우돌이었다. 호텔 방에 누워서 남동생에게 전화를 걸었는데 "다음에는 꼭 너도 와야 해!" 신신당부를 했다. 그 동안 왜 몰랐을까. 우리 가족의 완충지, 남동생의 빈자리가 얼마나 크게 느껴지던지. 그날 밤은 나 혼자 쉽게 잠들지 못하고 동생과 꽤 오래 전화통화를 했는데 누나의 힘든 상황은 귀에도 들어오지 않는지 동생은 자기 얘기만 주구장창 했다. 정규직 약속을 받고 계약직으로 들어왔는데 결국 정규직으로 전환되지 않았다며 속상한 마음에 울고 있었다. 그래도 누나가 2년 더 살았다고 '정규직이 그렇게 쉬운 줄 아냐, 나도 한번 미끄러져보니까 알겠더라, 너무 낙담하지 마라, 괜찮다.' 하며 동생을 위로했던 기억이 있다. 지금 생각해보면 참 둘다 힘든 때였는데도 잘 헤쳐지나갔다는 생각이 든다.
동생이 없는 지금 그때 더 잘해줄걸 후회가 된다. 필자는 언니와 부모님과 아직도 행복하게 살고 있을까? 지금은 결혼을 했을지도 모르겠다. 그녀의 여행담이 참 재밌고 흐뭇했다. 누군가가 스페인으로 혹은 부모님과 해외여행을 간다고 한다면 꼭 추천해주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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