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세탁소엔 붕어빵이 있다/김해서부문화센터

by 소르방울 2025. 6. 12.
반응형

 

 

출처: 김해서부문화센터

1. 들어가면서

김해서부문화센터에서 무료 공연을 한다고 해서 갔다. 김해에서는 한번씩 무료 공연을 하는데 무료라고 해서 공연의 질이 떨어지거나 하지 않는다. 서울 대학로에 놀러가서 공연을 보면 서울 사람들은 이런 공연들을 영화 한 편 보는 가격에 볼 수 있어서 참 부럽다고 생각했는데 집 가까이에서 이런 공연을 무려 무료로(혹은 저렴하게) 볼 수 있어서 참 감사하게 생각하게 된다.  

 

2. 세탁소엔 붕어빵이 있다

연극의 배경은 시장 앞 세탁소이다. 세탁소에는 옥분과 덕팔이 살고 있는데 티격태격하는 모습이 실제 부부 같기도 하고 참 재밌다. 그런데 어느날 세탁소 앞에 붕어빵 기계가 터를 잡는다. 덕팔은 남의 가게 앞에 말도 없이 기계를 갖다놓은 것을 마음에 안 들어하지만 옥분은 길이 다 세탁소 거냐며 올 때 되면 오겠지 하고 덕팔보다는 느긋하게 생각한다.

그런데 주인은 보이지 않고 셀프 장사를 하는 게 아닌가. 덕팔이 끈질기게 지켜본 결과 정구를 만나게 되고, 당황한 정구는 틱장애 때문에 자신도 모르게 덕팔에게 욕을 하게 된다. 덕팔은 부탁은커녕 욕을 하는 정구를 언짢게 보고 정구의 편지를 전달받고 나서야 정구가 장애 때문에 겪는 어려움을 이해하게 된다. 

덕팔과 옥분은 정구가 용기내어 장사를 할 수 있도록 힘을 북돋아주는데 그 덕분에 정구는 본인이 장사를 직접할 수 있을 거라는 자신감을 갖는다.  입에 테이프를 붙이고 마스크를 하며 장사를 하지만 고등학생들의 짓궂은 장난과 시장상인들과의 갈등 때문에 점점 자신감을 잃는다.

어느날 붕어빵을 사먹으러 온 공인중개사가 정구에게 시장 안 비어있는 가게가 있다며 좋은 매물을 소개해주겠다고 한다. 정구는 시장상인들과 세탁소 부부에게 인정받고 싶은 마음에 엄마가 남겨준 유산을 털어 가게를 장만한다. 그러나 사기라는 사실을 알고서 현실을 비관한다. 시장 상인들과 세탁소 부부의 앞에서 정구는 자신의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끝내 병원에서 치료를 받게 된다. 부부는 정구에게 가게는 잘 지키고 있다며 다 나으면 예전처럼 장사를 하자며 이야기의 끝을 맺는다.

 

3. 마치면서

틱장애를 가진 정구가 엄마도 없이 홀로 살아가는 이야기는 참 가슴이 아팠다. 혼자 버스를 타는 것도 월세방을 얻어 살아가는 것도 어렵기 그지 없다. 세금도 내지 않고 시장 앞에서 버젓이 장사를 하는 정구를 흘겨보는 빵집 사장도 넉넉하지 못한 사정일 것이라는 생각에 선악을 나눌 수가 없었다. 옥분과 덕팔과 같이 착한 사람들만 있으면 참 좋을 텐데 세상은 그렇게 단순하지도, 녹록지도 않다. 사지가 멀쩡한 사람도 살기가 어려운 세상에 정구는 오죽 어려움을 느낄까. 사회의 울타리 안에서 자립할 수 있어야 할 텐데 그 울타리가 잘 작동하지 못하는 것 같아 안타까웠다. 상을 많이 받은 연극이라고 하더니 정말 많은 사람들에게 큰 울림을 준 작품인 것 같다. 또한 오랜만에 배우들의 깊이 있는 연기를 볼 수 있어 좋았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