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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가해자의 엄마입니다/수 클리볼드 지음

소르방울 2025. 7. 4. 0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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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예스24

1. 들어가면서

 이 책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건 오래 전이다. 20대 중반, 책을 좋아하던 학교 선배가 이 책을 읽고 충격을 받았다는 얘기였다. 이 때는 막연하게 가해자의 엄마도 애가 끔찍하지 않을까, 어릴 때부터 구제불능인 괴물 같은 아이가 아니었을까 생각했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아 키우면서 한동안 잊고 잇다가 불현듯 그때 그책을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총기난사범의 엄마는 뻔뻔하게 어떻게 이 책을 발간했을까. 이 애의 일에 본인의 책임은 없다는 걸 말하고 싶었을까, 궁금한 마음에 책을 펼쳐 들었다.
 

2. 나는 가해자의 엄마입니다

 책을 읽는 내내 마음이 너무 아팠다. 그녀의 인생은 조각조각 파탄 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세상에 자신의 과오를 알려 다른 누군가에게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게 하려고 애썼다. 그녀는 너무 열심히 살아왔지만 열심히 하는 것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엄청난 일이 일어났다. 
 이야기는 아들 딜런이 학교를 일찍 간 그날부터 시작된다. 대학에서 장애인을 돕는 일을 하는 그녀는 남편의 전화를 받고 집으로 향한다. 둘째 아들의 학교에 총기 난사 사건이 일어났고, 총기난사범의 옷차림이 아들의 옷과 비슷하다는 것이다. 부부는 아들을 믿지만 결국 집에서 그 옷을 찾지 못했고, 경찰이 집에 들이닥쳐 집 안 구석구석을 뒤지는 황당한 일을 겪는다. 친구의 엄마가 찾아와 그녀를 위로하였지만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모른다.
 수 클리보드는 처음에 아들이 총에 맞아 다치거나 죽을까 봐 걱정하지만 범인이 아들이라는 것을 알고는 그 아이가 어서 죽어서 다른 사람들을 해치지 않기를 기도한다.(이후 그녀는 그때의 기도를 후회한다.) 많은 사람들이 죽거나 다쳤고, 모두 충격과 슬픔에 빠진다. 다른 사람들의 후환이 두려웠던 가족들은 친척 집으로 도망간다. 변호사의 조언에 따라 행동하지만 그녀는 너무나도 괴로워했고 아들이 살인-자살을 택한 것에 대한 이유를 집요하게 떠올리려고 한다.
 어릴 때부터 아이는 형과 달리 큰 장난을 치지 않았고 형보다 오히려 믿음직스러운 아들이었다. 중학교 때는 공부를 잘해서 월반 제의를 받았으나 그러지 않았다. 고등학교에 가면서 아이는 두각을 드러내지 못했는데 아이가 스스로 잘 해나갔기에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저자는 아이들이 어른에게 버릇 없이 행동하지 않게 교육하고 약을 멀리 하는 등 아이들에게 해로운 것에 대해 다른 집보다 엄격하게 금지했다고 한다. 아이의 아빠 역시 좋은 아빠가 되려고 노력하는 사람이었고 아이와 스포츠도 함께 하고 아이의 첫 차를 함께 사러 가고, 차고에서 아들과 함께 중고차를 수리하는 자상한 아버지였다.  
 고등학생이 되면서 아이는 내성적인 모습을 많이 보였지만 친구가 많았고 학교에서 하는 공연의 음향을 담당할 만큼 학교 생활도 순조로웠다. 친구들에게 여자친구가 생기면서 기존에 친한 친구들보다는 새로운 친구들과 함께 하게 되었다. 에릭은 집에도 자주 오는 친구였고 그 친구가 아들에게 해롭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축구 대회에서 아들에게 무지막지하게 폭언을 늘어놓는다든지, 둘이사 남의 차를 깨서 물건을 훔치는 등 에릭이 아들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준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한다. 아들이 처음으로 범죄를 저질렀을 때 그 아이가 소년원에 갔더라면 아들이 그런 끔찍한 일도 벌이지 않았을 것이고 수 많은 사람들도 죽지 않았을 텐데 하는 후회를 한다.
 아들이 죽은 후 경찰이 찾아낸 아들의 기록들을 보며 아이가 어떤 여학생을 짝사랑하며 가슴 아파했다는 점, 학교 내 운동부 아이들에게 지속적으로 괴롭힘을 당했다는 점(잘못된 학교 문화), 에릭의 폭력적 성향에 동조하고 에릭을 두려워했다는 점, 아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고 싶어했다는 점을 알게 된다. 그때의 신호들을 알아책 수만 있었다면 이런 비극이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후회하며 교사, 학부모, 상담가 등에게 도움을 주고자 여러 활동을 시작한다.
 남편은 아내의 극복방법을 탐탁지 않아 해쏙, 그 역시 '죽음은 이 고통이 끝나는 날'이라고 표현할 만큼 괴로운 삶을 살아간다. 둘은 너무나도 잘 맞는 부부였지만 콜롬바인 고등학교 총기 난사 사건 이후 둘의 관계에 균열이 가고 결국엔 각자의 인생을 살아가기로 결정한다.
 

3. 책을 덮으며

 저자는 말한다. 총기난사범은 불우한 환경을 비관하여 많은 사람들을 죽였을 거라고. 하지만 보통 중산층 가정의 막내 아들로 사랑받고 컸고, 친구들도 많고 학교 생활도 잘 하는 아이었다고 말한다. 어떻게 엄마가 모를 수 있냐는 질문에 정말 몰랐다고 말한다. 아이는 영리하고 똑똑한 아이였지만 본인의 고민과 슬픔을 부모에게 숨기고 혼자 끙끙 앓다가 잘못된 친구를 만나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그녀의 방어기제를 생각했을 때 그것은 거짓일지도 모른다. 고등학교 마지막 해를 보면 딜런과 에릭이 전혀 바람직한 아이들도 아니었고 범법자가 될 가능성이 있는 아이들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의 어릴 적 모습부터 거슬러 올라가 그녀의 육아일기를 들여다봤을 때 그녀는 아이에게 최선을 다했고 아이는 엄마의 기대만큼 잘 자라고 있었다. 
 저자는 다시 말한다. 너희는 우리집엔 그런 문제가 없을 거야 하고 안심하고 싶겠지만 위층에서 자고 있는 우리 아이에게 어떤 일이 있는지 모를 수도 있다고, 아이는 완벽하게 우리를 속이고 있을 수도 있다고 말이다. 그녀는 아이의 '살인'이 '살인-자살'이라고 본다. 단지 다른 사람을 죽이기만 한 것이 아니라 먼저 자신을 죽이기로 결심했다는 점에 초점을 둔다. 그것이 무고한 다른 사람들에 대한 살인으로 이어진 것이라면 아이가 자살하려고 하는 그 지점부터 다시 생각해야 한다고 한다. 
 부모는 아이를 잘 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아이를 제일 모르는 것도 부모이다. 사랑이라는 미명 하에 모든 것을 아름답고 완벽하게 생각하는 것은 아닌지 다시 한번 돌아보게 된다. 자신의 아이에게 일어난 비극이 세상 모든 아이들에게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솔직하게 기억을 되짚어 책으로 낸 그녀의 용기에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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