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벨벳토끼"김해/어린이 소리극
1. 들어가면서
2025년 5월 4일 오후 2시, 김해서부문화센터에서 서양 동화인 '벨벳토끼'를 배경으로 한 창작 소리극을 보러 갔다. 어린이날을 기념하여 아이와 함께 보기에 좋은 공연이었다.
'벨벳토끼'의 줄거리는 소녀가 아끼는 벨벳토끼 인형이 소녀의 말을 듣고 진짜 토끼가 되고 싶어하는 이야기이다. 소녀가 벨벳토끼 인형을 진정으로 사랑하면 진짜 토끼가 될 수 있다는 얘기인데 결국 이야기의 끝에서 벨벳토끼는 진짜 토끼가 되고 소녀와 우연히 재회한다.
어린이 소리극과 '벨벳토끼'라는 서양동화가 어떻게 어우러질지 기대가 되었다.
2. 벨벳토끼
사실 '벨벳토끼'라는 익숙한 스토리보다 소리극이라는 특별함 때문에 예매하게 되었다. 단순한 플롯이지만 국악과 소리꾼, 노래꾼, 재주꾼들이 더해져 퓨전 소리극이 완성되었다. 향피리, 태평소, 꽹과리, 장구 등 평소에 듣기 힘들었던 국악기와 기타, 윈드벨 등 익숙한 서양악기의 조화도 하나의 재미이다. 국악은 뭔가 크고 웅장한 느낌이라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잔잔하게 극을 어우르는 느낌이 좋았다. 아이들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였을 것이다.
등장인물에는 아이, 토끼뿐만 아니라 소리꾼, 재주꾼, 노래꾼도 나온다. 재주꾼은 왜 나올까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볼거리가 많았다. 극 중간중간에 나오는 '버나 돌리기'는 우리나라 전통 접시 돌리기인데 접시랑 막대기가 붙어있나 싶을 정도로 신기했다. 아이들도 생소한 모습이 더 재미있어 했다. 전립 형태의 모자에 매단 장식을 돌리는 '상모놀이'는 역동적인 춤사위와 어우러져 어른들도 놀라는 신기한 광경인데 아이들도 너무 재미있게 봤을 것 같다. 그리고 한번쯤 상모를 돌려보고 싶다고 생각하지 않을까. 해보진 않았지만 분명 엄청 어려울 게 틀림없다.
등장인물의 의상도 재미있었는데 누빔옷을 입고 나와 벨벳토끼 연기를 하는 게 재미있었다. 부들부들한 털이 있는 벨벳과는 전혀 다른 누빔옷으로 벨벳토끼를 상상해야 한다니 아이들은 좀 혼란스럽지 않았을까. 또한 시선을 쉽게 빼앗기는 색깔인 빨간 공을 주고 받고 안으며 춤을 추는 모습과 '토끼'라는 말을 반복적으로 따라 말하는 것도 주요포인트였다. 침대는 서양의 느낌도 들지만 아이와 토끼가 눕기도 하고 상상하기도 하는 공간이어서 계속해서 움직이는 침대의 역할도 재미있었다.
3. 나가면서
아이는 재밌었다는 말로 갈무리하고 김해서부문화센터 밖에 있는 어린이날 행사(마술쇼)에 금방 빠져들었다. 그런데도 나는 한참 곱씹어보게 된다. 현대화된 아이들에게 우리 옛 국악을 익숙하게 하는 것, 사실 그것이 '이 아이들의 문화적 힘이 될 텐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현대 뮤지컬이나 공연도 좋지만 이런 소리극도 많이 찾아볼 수 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