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영화

[책 리뷰] 나는 강물처럼 말해요/조던 스콧 글 시드니 스미스 그림

소르방울 2024. 10. 4. 11:35
반응형

1. 들어가기 전에

지인에게 추천받은 책이다. 작가의 자전적인 이야기를 담은 책이라고 한다. 제목이 마치 시 같다. 강물처럼 말한다는 건 어떻게 말하는 것일까. 책을 본 순간 표지의 어린아이에게 호기심을 가지고, 제목의 의미에 대한 궁금증이 더해졌다.

2. 나는 강물처럼 말해요

나는 소리에 예민하다. 낱말들의 소리가 들리지만 아이는 말할 수가 없다. 돌멩이처럼 조용하다는 말이 나의 예민한 청각과 반대된다.
학교에서는 발표를 하는 시간이 있었다. 나는 말하고 싶지만 쉽사리 말이 나오지 않는다. 나를 쳐다보는 선생님과 친구들의 얼굴이 일렁인다. 그 순간 내가 발표를 해야 하는 것처럼 속이 울렁인다. 눈코입도 보이지 않지만 어떤 눈일지 상상이 간다. 여러 눈들이 나를 보는 것 같아 아찔하다. 아이들은 이상해진 내 얼굴과 겁 먹은 내 얼굴만 본다. 내 머릿속의 낱말들은 감히 상상할 수도 없을 것이다.
집으로 가는 길에 아빠는 내 표정만 보고서 발표를 잘 하지 못한 나를 눈치챈다. 아빠는 강가로 나를 데려간다. 아무도 없는 조용한 곳에 아빠와 단둘이 있으면 마음이 편안하다. 하지만 학교에서 있었던 그 눈들과 입들을 생각하면 속이 상한다.
아빠는 강물을 가리키며 나도 강물처럼 말한다고 했다. 물거품이 일고 굽이치다가 소용돌이치고 부딪치는 강물.....강물은 빠르게 굽이칠 때도 잔잔하게 흘러갈 때도 있다. 강물도 더듬거릴 때가 있다. 나처럼.
어느날 아침 나는 학교에 가서 내가 세상에사 가장 좋아하는 강에 대해 발표한다.


3. 느낀 점

아이는 말을 더듬었다. 남들이 비웃을까 봐 아이는 말을 하지 못한다. 나 역시도 남 앞에서 발표를 할 때 틀리면 어쩌나 하는 불안감 때문에, 남들이 내 실수를 비웃을까 두려운 마음에 말이 쉽사리 나오지 않을 때가 있다. 교수님은 그런 우리들에게 친한 친구의 얼굴을 보면서 발표를 하라고 하셨다. 친구는 발표자를 보며 실수를 해도 괜찮다고 다독이는 눈빛을 보내주라고 했다. 그저 이 시간을 해낸 자체로도 잘했다고 응원해주라고 했다. 그 말이 참 위로가 됐다. 내 실수로 인해 나를 힐난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에 마음이 편안해지니 웃음이 나오고 농담을 할 여유가 생긴다. 말이라는 건 그런 것이다. 청자가 나를 지지해줄 것이라는 믿음이 있어야 비로소 발화할 수 있다. 어릴 적 학교에서 단 한마디도 하지 않는 아이가 있었다. 벙어리인 줄 알았다. 그 애의 집에 전화한 날, 나는 전화기 넘어로 그 애의 큰 목소리를 들었다. 그렇다. 그 아이는 벙어리가 아니었다. 그저 밖에서 말을 할 준비가 되지 않았을 뿐이다. 조던 스콧의 아버지가 어떤 마음으로 아이가 강물처럼 말한다고 했는지 헤아리고 있자면 눈물이 날 것 같다. 훌륭한 아버지의 밑에서 잘 자란 조던 스콧에게 박수를 보낸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