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토론]부리동물출입금지/소피 레스코 글 김이슬 옮김

1. 들어가면서
학부모 독서동아리에서 선정된 두 번째 책은 소피 레스코의 '부리동물금지'는 사회에 관련된 그림책이다. 내 경우에는 안드레스 피 안드레우의 '벌집이 너무 좁아'가 생각나는 책이었는데 안드레우의 책은 다문화에 대한 차별이었다면 '부리동물금지'는 여러 가지 모양의 차별에 대해 떠오르게 한다.
2. 부리동물금지
줄거리를 이야기하자면 오리너구리 가족이 여름 물놀이를 가는 이야기이다. 요즘처럼 더운 여름 날씨에 참 잘어울리는 이야기이다. 하지만 찾아가는 해변마다 오리너구리 가족은 들어갈 수 없다는 말을 듣는다. 오리너구리 가족과 같이 모든 해변에서 입장을 거절당한 동물들은 새로운 해변을 찾아가는데 어떤 규칙을 세울지 고민하다가 금지를 금지하는 규칙을 세운다.
여기에 나오는 주인공이 오리너구리라는 점이 참 많은 의미를 담고 있다. 오리너구리는 호주에서 서식하고 있는데 지구상에 참 특이한 동물이다. 왜냐하면 어느 분류에도 딱 들어오지 않기 때문이다. 이 동물은 오리도 아니고 너구리도 아니다. 포유류, 조류, 파충류의 유전자를 모두 가지고 있다는 특징이 있지만 포유류로 분류된다. 하지만 알을 낳는다는 점이 다른 포유류와 다르다. 새끼가 젖을 먹는 것은 포유류와 같은 점이고 뒷발 며느리발톱에 독을 가지고 있는 것도 특이하다. 반수생동물인 것도, 전기수용체가 있는 것도, 부리로 보이는 부분이 부리가 아니라 머리뼈여서 말랑말랑한 것도 여간 신기한 점이 아니다.
우리 모둠에서 뽑은 인상 깊은 장면으로는 타조가 털이 있는 동물을 내쫓는 장면, 친정한 동물을 찾아가자는 장면, 금지를 금지하는 모두의 해변 장면이 있었다. 아빠 오리너구리의 손에 풍선이 하나씩 늘어나는 것도 인상적이었다. 계속되는 해변 출입 거부에 풍선도 하나 둘 늘어가는데 결국 아빠 오리너구리가 풍선과 함께 날아가버린다. 풍선이 날아가는 장면은 감격적인 장면을 볼 때 사용하는 숙어(Ballons floated up into the sky)와도 일맥상통해서 풍선이 가지는 상징적 의미도 재미있었다. 맨 앞에서 가족을 이끌고 다니며 차별하는 동물들에게 맞서싸우는 엄마 오리너구리가 아닌 맨 뒤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졸졸 따라가는 아빠 오리너구리가 날아가버린 것도 재미있는 포인트였다. 오리너구리의 부리는 노란색이나 주황색이 아닌 파란색인데 파란색이 차별을 의미한다고 한다. 색깔의 상징성도 눈여겨 볼 만하다.
3. 나오면서
차별에 대해 아이들과 이야기해본다면 재미있을 것 같다. 아이들이 느끼는 흔한 차별은 노키즈존일 것이다. 노키즈존에 대해서는 찬반이 갈린다. 누구는 자유를 침해받지 않을 권리를 이야기할 것이고 누구는 자유로울 권리를 이야기할 것이다. 사실 누가 옳다고 말하긴 어려울 것 같다. 다만 각자의 입장을 듣고 공감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지 않을까. 엄마 오리너구리는 출입을 거부당한 해변에서 지친 자녀들에게 친절한 동물을 찾아가야겠다고 말한다. 친절한 동물은 누구일까? 각자의 입장을 이해하고 충분히 공감해줄 수 있는 누군가가 아닐까. 우리는 누구든지 차별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어린이, 노인이 갈 수 없는 공간이 있다면 그 누구도 차별의 대상에서 피해가지 못할 것이다. 우리는 그 누구도 계속 젊고 유능한 기성세대일 수 없다. '부리동물출입금지'는 차별이 혐오가 되는 사회에서 차별의 위험성을 위트있게 전하는 그림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