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토론]불안구슬/한솔 지음

1. 들어가면서
요즘 학부모 그림책 동아리를 시작했다. 원래 그림책을 좋아하기도 하지만 학생들이나 교사들이 아닌 학부모들의 이야기는 어떨까 궁금했다. 그림책 읽기는 어떤 독서연수에서부터 시작되었는데 고등학교 선생님이 특성화고등학생들을 데리고 그림책을 읽고 사회 과목 토론을 한다는 게 신선했었다. 그 때 들었던 말로 그림책은 3살부터 80살까지 읽을 수 있다는 말이 요즘 절실하게 다가온다. 그림책은 나에게 항상 새로운 생각거리를 던져준다. 어린이는 어린이의 눈으로, 청소년은 청소년의 눈으로, 성인은 성인의 눈으로 다르게 본다. 나는 아이들과 함께 하는 시간이 많기 때문에 그들의 시각에서 던지는 하나하나의 말들이 너무도 신선하고 재미있었는데 어른들의 눈으로 보는 그림책도 그 나름대로 깊이 있고 감동적이어서 그림책을 더 사랑하게 될 것만 같다.
2. 불안구슬
그림책 '불안구슬'은 감정에 관련된 그림책이다. 주인공은 걱정과 불안이 많은 아이인데 문구점 할머니의 권유로 걱정엽서를 산다. 주인공은 자신의 걱정을 엽서에 쓰고 잠을 청하는데 엽서를 가지러온 우체부를 만나 그를 따라가게 된다. 그곳에서 걱정엽서를 맛있게 먹는 괴물 와구와구를 만나게 된다. 와구와구는 주인공의 걱정엽서를 먹다가 불안구슬을 발견한다. 와구와구는 걱정은 먹어줄 수 있지만 불안은 돌봐주어야 한다며 불안구슬을 돌려준다. 와구와구는 불안구슬을 잘 돌봐줘야 한다고 말해주었는데 주인공은 그 방법을 궁금해한다. 와구와구는 불안구슬을 꼭 안아주면 된다고 말한다. 이후 주인공은 걱정이 생기거나 불안해질 때에도 구슬을 잘 보살피며 밝게 살아간다는 이야기이다.
3. 독서토론
얼핏 어린아이의 이야기인 것만 같지만 걱정과 불안이 없는 사람이 어디 있을까. 어른이 되어서도 여전히 걱정이 많고 때로는 불안하다. 작가는 걱정과 불안을 나누어 생각하고 있었다. 사전에 찾아봐도 걱정과 불안은 달리 분리되지 않는데 어떤 기준으로 나누어 생각한걸까. 이 그림책을 통해 걱정과 불안이라는 감정에 대해 깊게 들여다보는 시간을 가졌다.
책 내용에 대해 토론하기 전에 먼저 책표지에 주목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그림 속 아이는 불안구슬 안에 있다. 그런데 아이의 표정은 불안해보이지 않는다. 괴물을 보면 두려워하기 마련인데 아이는 원래 알던 친구처럼 눈을 맞추고 회피하지 않았다. 심지어 아이의 표정은 따뜻해보인다. 바깥이 어둡고 스산하여 불안해보이는데도 그 구슬 안은 안전해보인다. 아이는 이미 불안구슬의 의미를 찾은 느낌이다.
두 번째로는 불안구슬이 왜 중요한 것인지를 생각해보았다. 여기서 우리는 걱정과 불안이 어떻게 다른지 생각해봤는데 걱정은 구체적이지만 불안은 내재되어 있다는 생각을 했다. 우리는 불안이 있기에 어떤 사건이 있을 때 그것이 걱정으로 표출된다. 작가도 불안은 항상 나타날 수 있지만 투명해져서 눈에 안보일 수 있다는 걸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한다. 다르게 생각해보면 다들 불안은 사실 인간의 생존본능이다. 불을 만지면 위험해진다는 사실을 경험해보지 않아도 선조 때부터 무의식적으로 체득한 지식인 것처럼 적정한 불안은 위험으로부터 인간을 지켜준다. 또한 불안은 스스로 해결해나가야 하는 숙제와도 같기에 때로는 삶의 원동력이 된다.
마지막으로 마음이 따뜻해지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해봤는데 포옹, 스킨십, 일기쓰기, 편지쓰기, 수다떨기, 티타임, 등산, 산책, 캠핑 등 다양한 방법들을 공유했다. 이야기를 해나가면서 나에겐 어떤 방법이 있을까 생각하다가 이런 방법을 잘 아는 사람이 자신의 마음도 잘 다스릴 수 있는 게 아닐까 생각했다. 효율과 경쟁 중심의 사회 속에서 인간이 인간답게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이 절실한 때이다.
4. 마무리하며
학부모 독서 동아리 참여는 처음이라 독서토론 방법도 좀 궁금했는데 스몰토크, 본이야기, 소감나누기 순의 진행이 참 좋았다. 회장님과 부회장님이 책 선정부터 책 낭독, 주제활동 질문, 진행까지 완벽하게 준비해주셨다. 프레젠테이션과 작가의 말까지 준비해오셨는데 그 열정이 대단하다. 이렇게 좋은 활동에 참여하게 해주셔서 참 고마웠다. 우리 아이와도 이 책으로 생각을 나눠보고 싶다. 더불어 앞으로의 동아리 활동도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