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리뷰]"작은 빛을 따라서" 권여름 글/2024년 김해시 올해의 책 대표도서

1. 김해시 올해의 책 선정
올해도 어김없이 김해시 올해의 책이 발표되었다.
2023년 10월 23일에 출판된 책이 올해 2월에 올해의 책으로 발표된 것이 참 인상깊다. 누군가에게 책을 추천하는 일 만큼 어려운 일이 없다. 나 혼자만 재밌고 즐거운 것이 아니라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고 메시지를 전해야만 할 것 같아서 말이다. 그래서 누군가가 책을 추천해달라고 하면 이미 누군가가 추천한 책 목록을 뒤지곤 한다. 추천 책임에도 재미없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래서인지 추천은 더욱이나 꺼려지는 일이다.

2. 작가: 권여름
작가 역시 유명한(?) 사람은 아니다. 본인 이름으로 나온 책이 4권이고 제1회 넥서스 경장편 작가상 대상을 수상한 후 2021년부터 작품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여름이라는 한글 이름은 왠지 모르고 익숙하다. 그의 문체도 이름처럼 익숙하고 친근했다. 그만큼 쉽게 책장이 넘겨졌다.
그녀의 작가의 말에서처럼 할머니의 한글수업 실패가 모티프가 되었다고 한다. 내가 알고 있는 걸 남에게 가르치는 건 분명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인지 작가의 실패가 주인공의 성공보다 더 현실적이어서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3. 소설 속 내용
소설 속 할머니는 문맹이시다. 우리 할머니도 그랬다. 여자는 가르칠 필요가 없다는 게 그 시절의 정석이었는지 큰아들도 손자, 손녀들도 다 아는 글자를 60살이 넘어서 배우셨다. 그녀의 빼곡한 전화번호부 수첩이 생각났다. 할머니는 울면서 이걸 몰라서 사람 노릇을 못한다며 초등학생 남짓된 내게 글자가 맞는지 물어보셨다. 나는 왜 그때 슬프지도 않았을까. 그 분이 돌아가시고 나서야 그 분을 위해 슬퍼한다는 것이 아이러니다.
칠성슈퍼는 엄마의 말대로 '간당간당'하다. 하지만 엄마는 항상 살 궁리를 하신다. 할머니는 엄마가 비상한 머리를 가지고 있다고 칭찬하셨다. 그만큼 자식 셋을 키우는 엄마는 망할 수가 없다. 때 되면 돌아오는 식사시간과 학원비며 급식비, 전기세 등 밀려드는 책임감에 뭐라도 생각해내야 하는 것이다. 엄마가 흔들리지 않아서 은동도 흔들리지 않는다. 나는 그런 엄마일까. 간밤에 "엄마는 다 아는 줄 알았지."하는 초등학생 딸이 한 말이 생각난다. 나이를 먹어갈수록 엄마에 대한 환상이 깨져가는 너를 더이상 실망시키지 말아야 할 텐데.
석희는 은동의 제일 친한 친구이자 라이벌이다. 은동에게 질투할 친구가 있다는 건 축복인 것 같다. 그 덕에 은동이 더 자라날 수 있으니까. 석희든 은동이든 넉넉하게 살지는 못하지만 열정을 가지고 살아가는 모습에 부러움을 느꼈다. 연기든 공부든 뭐든 열정을 가지고 살아가는 것이 좋은 일이니까.
아버지가 죽을 뻔한 배 사고는 세월호도, 이태원 참사도, 동생 일도 생각이 난다. 죽음을 목격하고 나면 허무하고 두려울 게 없어진다. 은동의 아버지는 죽지 않았지만 다른 사람들은 죽었다. 내 동생도 죽었다. 나는 그 사실이 너무 커서 책을 읽다 말고 하염없이 울었다.
4. 소감
주인공은 중3에서 고1, 2가 된다. 우리 아이들에게 읽힌다면 중고등학생도 쉽게 읽힐 것이라 생각된다. 어린 시절 IMF를 겪은 내 또래 사람들도 고개를 끄덕이지 않을까. 김해시 올해의 책은 누구에게라도 추천할 만하다. 올해도 한 권의 책으로 힘든 일상을 위로받으며 그렇게 모두가 살아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