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영화

[책 리뷰] "당신의 인생이 왜 힘들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십니까"/쇼펜하우어 글, 김욱 역

소르방울 2023. 12. 20. 17:10
반응형

 

https://m.yes24.com/Goods/Detail/119562091

 

당신의 인생이 왜 힘들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 예스24

온전하고 자유로운 삶을 위한쇼펜하우어의 독한 가르침“자주 절망하고, 가끔 행복하라”쇼펜하우어는 니체의 철학, 헤세와 카프카의 문학, 프로이트와 융의 심리학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19

m.yes24.com

요즘 읽고 있는 책이다. 오랜만에 필사를 하고 있다. 철학책은 보고 또 봐야 할 문장이 많기에 손이 아플 정도로 쓰고 또 썼다. 쇼펜하우어는 염세주의자이자 허무주의자로 고등학교 때부터 좋아하던 철학자인데 철 모르던 때인데도 쇼펜하우어에 기대 위로받고 싶었던 것 같다. 고3 수시를 치고 내려오는 KTX 안에서 쇼펜하우어의 책을 보는 나에게 친구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그런 책은 읽지 말라고 했다. 지금 생각하면 그 어린 마음이 너무 고맙고 웃음이 나는데 친구는 내 우울한 마음을 꿰뚫어 보았나보다.
쇼펜하우어는 죽음을 자신이 선택할 수 있다고 말했고 그를 따르던 많은 제자들이 자살을 했다고 한다. 아이러니한 건 쇼펜하우어는 매우 오래 살았다는 것! 72세에 죽음을 맞이한 스승을 보고 하늘나라에서 제자들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나는 쇼펜하우어야말로 생의 의지가 강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죽음을 항상 생각한다는 건 그만큼 삶에 대한 의지가 강하다는 증거니까.
 
1부
1. 나는 '나'로서 존재한다.
2. 다수는 그저 많은 숫자일 뿐, 많다고 정의가 되는 건 아니다.
3. 산책의 동료는 '고뇌'로 족하다.
4. 나만 힘들고, 나만 피곤하고, 나만 희생당한다는 착각
5. 현명할수록 명예와 체면이 얼마나 가벼운 것인지를 안다.
6. 누구나 자신의 산에 오르기를 꿈꾼다.
7. 늙음의 덧없음
8. 인생에서 '죽음'보다 확실한 것은 없다.
9. 부모는 자녀를 개인으로 바라봐주지 않는다.
10. 가진 자에게도 다스리는 자에게도 '장수'는 징계다.
11. 판단을 타인에게 의존하지 말라.
12. 우리가 사소한 일에 위로를 받는 이유는 사소한 일에 고통받기 때문이다.
 
1부를 읽으면서 역시 쇼펜하우어라는 생각이 들었다. 소제목만으로도 쇼펜하우어의 철학이 느껴진다. 그 중에 인상 깊었던 챕터는 4번, 9번, 12번이었는데 4번은 진짜 너무 사회를 관통하는 내용이라 생각한다.
 
4. 나만 힘들고, 나만 피곤하고, 나만 희생당한다는 착각
쇼펜하우어는 인간의 '우울'이 기술의 발달 때문인데 인간의 정신을 나약하게 만들고 어떤 문제가 생기면 고뇌하여 극복하기보다는 도구를 사서 해결하려고 한다고 말하였는데 나는 이 말이 인상 깊었다. 우리는 언제부터 '우울증'이라는 말을 쓰게 됐을까? 옛날에도 우울한 기분을 있었을 텐데 그 땐 그런 단어가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왜 모두 해결할 수 있어야 한다고 믿게 된 걸까? 기술이 너무 발달해서 인간이 오만해진 건 아닐까. 자연을 정복했으니 이제 못할 것은 없다고 자만하는 건 아닐까. 우리의 문제해결력은 과거보다 더 도태되고 있다. 그것은 기술과는 달리 우리는 생각하는 힘이 약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쉽게 우울감을 느끼고 쉽게 포기하고 싶어한다. 쇼펜하우어는 사람들이 우울을 핑계로 나태해지고 사회적 인습 전반에 무기력해져서 자기 생각과 감정만이 유일하게 옳다는 망상에 빠진다고 보았다. 이것이 우리 사회의 자화상이 아닐까. 그렇다고 우울을 부정하고 싶은 것은 아니다. 그저 쇼펜하우어의 통찰력에 감탄할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우리 앞에 놓인 문제를 헤쳐나가야 할 테니까.
 
9. 부모는 자녀를 개인으로 바라봐주지 않는다.
자식을 키우면서 결혼이란 무엇인가, 자식은 나에게 무엇인가에 대해 자주 생각하게 된다. 그건 결혼을 한 친구들, 아이를 낳은 친구들의 입에서도 자주 나오는 말이다. 왜 우린 이것에 대해 궁금해하고 답답해할까. 결국 우리는 행복해지려고 한 선택에 걸려 넘어지는 것 같다. 행복해지려고 한 건데 당장 행복하지가 않다. 그래서 우리는 궁금하고 답답하다. 
"진정한 결혼은, 그것의 어리석음 유무에 상관없이, 겉으로 보기엔 꽤 종교적인 신성함을 나타낸다고 볼 수 있다. 정신적으로는 완전히 타인이었던 배우자에게 종속되어 모든 판단과 결의를 헌납하고 육체적으로는 성적 결정체인 자기 생식기에 대한 권한을 배우자에게 양도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참 무서운 말이다. 모든 판단과 결의, 그리고 성적 결정 자체도 양도한다니. 결혼할 때 이렇게 깊이 생각 안 해봤는데 결혼을 꿈꾸는 사람들이 꼭 봐야할 것 같은 문장이다.
"두 개의 성격이 사랑에 의해 반강제적으로 합일을 이루었지만, 이 합일은 개인의 성격적 측면에서 봤을 땐 자기를 부정당하는 격렬한 통증이다. 이 고통에서 해방되는 방법은 두 가지인데 하나는 이혼이고, 다른 하나는 자녀의 인격 속에서 각자 자신을 닮은 성격을 출몰시키는 것이다."
격렬한 통증에 동의한다. 너무 행복한 일인데 왜 이렇게 불편하고 아플까. 두 사람이 결혼을 하여 겪는 갈등은 매우 크다. 하지만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모든 걸 이겨내야 한다니 가혹하다. 따로 산 세월을 모두 부정당하듯 하나의 퍼즐로 이어붙이는 과정은 통증이나 다름없다. 그런데 이 고통에서 해방될 방법이 이혼과 자녀 출산이라니 쇼펜하우는 진짜 뭐지???이 세상 사람이 아닌가요???? 나는 후자에 속하나보다. 그런데 그 다음 말이 더 충격이다.
"부모도 나와 마찬가지로 자유로운 개인임을 인식하지 못하는 자녀는 부모의 모든 것을 자기 소유로 인식해버린다. 부모에겐 개성도 없고, 감정도 없고, 오직 나를 위해 일생을 내 노예처럼 내가 필요로 하는 것들을 공급해주는 하나의 물건으로 부모를 취급하게 된다는 뜻이다."
나는 한번도 입 밖으로 꺼내진 않았지만 내 부모를 이렇게 대해왔던 것 같다. 소름끼친다. 부모님이 나를 통해 자아실현을 하셨다면 나는 부모님을 내 삶의 도구로 여기며 살아온 게 아닐까. 지금은 그렇지 않지만 고등학생 때 이러한 마음이 컸던 것 같다. 부모님의 표정이 기억나지 않는다. 늦은 밤 일터에서 힘들게 끌고 온 몸뚱이로 자식들이 어질러 놓은 방들과 설거지거리로 쌓여있는 부엌.... 어머니는 그 집을 치우며 새벽 2시, 3시까지 잠을 자지 않았다. 나는 공부만 하면 된다고 들으며 컸다. 공부 조금 하는 것 가지고 어머니와 아버지를 내 노예처럼 부렸다. 지금에 와서 내가 어떤 잘못을 저질렀는지 알게 되었고 내 자식은 그렇게 키우고 싶지가 않다. 그러려면 자식을 나와 다른 인격체로 존중해야 한다. 또한 자식도 나를 다른 인격체로 존중할 수 있게 키워야 한다. 부모님....죄송해요... 남은 날이라도 효도할게요....흐앙
 
12. 우리가 사소한 일에 위로를 받는 이유는 사소한 일에 고통받기 때문이다.
"행복을 손에 넣고 싶다면 인생의 목표가 행복이 되어서는 안 된다...(중략) 행복은 수단을 통해 달성되지 않는다. 어떤 목표를 향해 의지의 실천을 했을 때 길의 중간에서 우연찮게 얻은 물 한 모금 같은 것이다."
행복이 뭐길래 우리를 불행하게 할까. 쇼펜하우어는 엉뚱하게도 행복을 바라지 말라고 한다. 그러면 불행할 일도 없고 인생에 감정이 휘말릴 일도 없다고. 그러면 너무 무미건조하지 않을까. 쇼펜하우어는 행복은 잘 살고 있다는 활동이므로 우리는 목표로 나아가기만 하면 행복은 저절로 온다고 한다. 그래. 행복하려고 하니까 순간의 절망을 느끼는 거겠지. 무미건조한 인생보다는 오늘보다 나은 내일이 온다는 희망이 있는 인생이 좋다.

 
2부
1. 행복이란 단어를 제거하면 행복할 수 있다.
2. 신의 은총에 인생을 던지고 싶지 않다.
3. 자신이 증오스러울 땐 자는 것이 최고다.
4. '사유'를 통해 인간은 인간다워진다.
5. 인간의 불행 중 상당수는 혼자 있을 수 없어서 생기는 일이다.
6. 나는 다른 사람의 판단에 휘말리는 것일까?
7. 아파하고 싶지 않다면 아픔과 친해져야 한다.
8. 우정을 우연에 맡겨서는 안 된다.
9. 죽음이 오기 전까지 최선을 다하고 싶다.
10. 정신적으로 성숙해지려면 마흔 살은 되어야 한다.
11. '사람들이 원하는 나'로 평생 살 수는 없다. 
 

1. 행복이란 단어를 제거하면 행복할 수 있다.

"돈을 벌어 부자가 되겠다는 생각을 버리고, 가난하지 않겠다는 생각을 한다. 건강해지려는 욕심을 버리고 병에 걸리지 않겠다는 다짐을 한다. 즐겁게 놀기보다는 욕을 먹거나 비난받지 않도록 한다." 정말 염세주의자적인 마인드이다. 사람의 마음이 정도를 알면 정말 좋을 텐데. 행복하지 않아서 불행해지는 것보다는 쇼펜하우어처럼 생각의 전환이 필요한 것 같다.

 

3. 자신이 증오스러울 땐 자는 것이 최고다.

"반성은 자기 혐오다. 자기 자신이 하찮게 느껴질 때 인간은 뭔가 반성할 만한 것이 없는지 두리번거린다. 뭘 해도 기운이 나지 않을 때 인간은 무턱대고 반성하며 자아를 성찰한다. 그럴 바에야 아무 생각 없이 잠자리에 드는 편이 낫다."

제일 웃겼던 챕터이다. 쇼펜하우어도 자신이 증오스러울 때가 있었을까? 아무것도 하지말고 자라고 하니 여태 나의 방침과 맞아 떨어진다. 아무 생각 하지 말고 자는 것. 그것이 제일 좋은 약일 수 있다.

"잘 먹고, 잘 자고, 일찍 일어나는 것이 자기혐오를 극복하는 가장 좋은 해결책이다."

중학교 2학년 때 가정 선생님도 이렇게 말씀하셨다. 잘 먹고 잘 자고 잘 싸는 것이 인간이 제일 행복한 길이라고 ㅋㅋㅋ

 

10. 정신적으로 성숙해지려면 마흔 살은 되어야 한다.

"정신적으로 아무리 평범한 인간이더라도 나이의 성숙과 경험의 결실만 있으면 인간으로서 과거의 자신보다 조금은 나아지기 시작한다. (중략) 생명은 서른 여섯 살까지는 시간의 이자로 살아가고, 서른 여섯 이후부터는 시간 그 자체를 갉아먹으며 살아가는 것이다."

서른도 참 많은 책을 읽으며 맞이했는데 마흔도 참 벌써부터 준비하게 된다.  동양철학에서도 지천명이라는 이름으로 마흔이라는 나이에 의미를 부여한다. 쇼펜하우어는 마흔 살에 정신적으로 성숙해진다는데 정말일까. 아직도 부유하고 있는 인생인데 마흔이라고 정착하여 평안해질 수 있을까 모르겠다. 여자 나이 서른 여섯까지는 젊음을 유지해도 이후부터는 급격하게 노화된다고 해서 요즘 화장품을 엄청 사제끼고 있다. 쇼펜하우어는 다 부질 없는 일이라고 비난하겠지. 하하하. 그래도 젊어지고 싶다구요.

 

11. '사람들이 원하는 나'로 평생 살 수는 없다. 

"사람들의 눈높이에 나를 맞추려는 데서 모든 불행이 시작된다. 나는 어쩔 수 없이 나다. 내가 나를 부끄러워하지 않는다면 사람들도 나를 부끄러워하지 않게 될 것이다." 현대인의 문제는 그때에도 여전했나보다. 인간은 어쩔 수 없이 사회화된 동물이기에 다른 사람이 원하는 나로 살지 못해 괴로워한다. 자존감이 낮아서 그런다는데 그 놈의 자존감. 타인이 나를 긍정적으로 봐야 자존감도 올라가는 것 아닌가. 그런데 쇼펜하우어는 나를 부끄러워하지 않으면 다른 사람도 그렇게 된단다. 그래. 나를 믿어야지. 평생 내 곁에 있는 사람은 나뿐인데. 그래서 나는 내 아이에게도 엄마 아빠보다 너 자신을 사랑하라고 말한다. 엄마도 엄마 스스로를 제일 사랑하려고 노력한다고. 그러니까 너에게도 너 스스로가 최우선이 되도록 하라고. 아직 아이는 엄마가 제일 사랑하는 존재이고 좋은 존재이지만 자신을 사랑하겠다고 다짐한다. 그래. 나는 그게 좋다. 네가 너를 사랑하는 게 살면서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꼭 가르쳐주고 싶다.

 

반응형